측정되지 않는 것들

요즘은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상대적으로 하위계급이 사는 동네가 '뜨는' 바람에 중산층-상위계급 진입이 시작되고, 하위계급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을 말한다. 국외에서는 '주거'에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국내에서는 '상업시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동네가 뜨는 바람에 임대료가 너무 올라서 기존의 자영업자가 장사를 접고 떠나야한다는 뜻이다.

데이터 구축 - 분석 - 표현까지, 이번 일은 특이하게도 반복작업이 유난히 많다. 데이터를 조금씩 덜어내고, 붙여보고, 시기를 잘라보고.. 하는 일이 많아서 그런듯하다. 아무튼 그 상태로 중간보고까지 마치게되었다.

보고회를 마치고나니 '측정'하는 것들에 대한 피로가 순간 몰려왔다.

아무래도 데이터분석을 직업으로 삼다보면, '측정'되는 것들에 대한 집착이 자연스레 생길 수 밖에 없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먹는 것에 매우 민감한 것과 비교가 될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새로운 데이터, 더 자세한 데이터, 모수에 가까운 데이터에 대해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더 하더라도 말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측정되는 것보다 측정되지 않은, 또는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은 곳이다. 어마어마하게 많고 복잡한 현상, 상황, 과정, 결과 중 아주 미미한 흔적만이 측정되어 데이터로 남는다. 빅데이터 세상이라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금 더 덧붙이면 빅데이터 분석은 '모수'를 다루는 영역이 아니다. 기존의 데이터 분석이 표본을 분석하는 수준이었다하면, 빅데이터 역시 표본을 분석하는 일이지만 그 수가 '기존의 표본'에 비해 훠~얼씬 큰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다.

아무 목적없이 글을 적다보니 이야기가 잘 샌다...어쨌든 그래서 교보문고에 가서 '측정'과 무관한 책들을 몇 권 샀다.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신간,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의 강의록 같은 것이다. 이유는, 계속 측정-계산-분석 굴레를 맴돌다가는 마치 게임에 빠져서 못헤어나오는 중독자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냥 스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을 샀다고 해서 맛나게 읽히는 건 아니다. 게임중독자가 어느 날 각성하고 들판으로 캠핑간다면 홀가분할까 싶다. 그래도 내일-모레 연휴이니 차분히 보내볼까 한다.


그리고.. 이제 이번 달은 제안서의 시즌이다. 작년 5월도 그랬지만... 그래서 5월은 참 잔인한 달이다.

매일같이 나들이가면 좋을 날씨에, 사무실에서 자리 뜨는 일 거의 없이 제안서쓰기란 참!

뜨듯한 겨울을 나려면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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